top of page
필름 세트

PRODUCTION NOTE
by 감독 김경용

#1. (시나리오)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나리오,

마감일 아침에 불어온 순풍

#2. (배우)

윤덕용 배우와 김민상 배우와 강래연 배우

#3. (현장 스태프들)

한 영화 지붕 아래 네 개의 언어, 세 나라 사람들

 

#4. (크랭크인)

첫날 찍은 건 단 한씬 뿐...

그래도 일주일간의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1. (시나리오)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나리오, 마감일 아침에 불어온 순풍

 

생명 존중과 태아 보호에 관한 영화라니... 임신 여성과 태아의 부정적이고 우울한 울음이 뒤섞인 이야기를 벗어나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주인공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앙상한 뼈대만 서 있을 뿐 피와 살이 좀처럼 채워지지 않아 마감일을 거푸 연기했다. 두 번의 마감일을 지나면서도 시나리오는 여전히 중반부에서 맴돌고 있었다.

이때 <수상한 그녀>의 홍윤정 작가가 합류했고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홍 작가의 영감이 보태지며 뭔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도 흐릿했던 영화의 엔딩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엔딩을 향해 한줄 한줄 나아가다 보니 몇 시간 후 “끝”자를 찍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2. (배우)

 

윤덕용 배우와 김민상 배우와 강래연 배우

 

단편영화인데도 부산에서 일주일간 계속 머물며 촬영해야 하는 만큼 일정 맞는 배우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생명 존중과 태아 보호라는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해줄 배우가 절실했다. 그러던 중 조성훈 프로듀서가 강래연 배우를 추천했고, 오래전부터 눈여겨봐 온 배우라 딱 맞는 캐스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고맙게도 강래연 배우는 대본을 받은 후 2시간 만에 출연을 승낙해줬을 뿐만 아니라 이후 캐스팅디렉터 역할까지 맡아줬다. 김민상 배우에게 ’부산 출신 아내와 함께 출연하면 좋겠다‘고 작품을 적극 추천, 김민상 배우의 아내 김시영 배우도 함께 캐스팅하는 행운을 얻었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아버지 배역엔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의 김진무 감독의 추천으로 윤덕용 배우를 만나게 됐다. 윤덕용 배우는 육체의 연수가 무색한 피 끓는 청춘이었다. 70대 노인뿐 아니라 50대 중년남에 이르기까지 매일같이 젊어지는 역할을 거뜬히 소화해냈다. 특히 105세의 노인 홍성우를 연기하는 씬에서는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연기에 압도당해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교회 장로이기도 한 윤 배우는 촬영 중 언제 어디서든 전체 스태들을 축복하며 기도하는 신실함을 보여줬다. 분명 이 영화를 위해 준비된 보배 같은 존재였다.

#3. (현장 스태프들)

 

한 영화 지붕 아래 네 개의 언어, 세 나라 사람들

  

동서대학교 인터내셔널 컬리지가 공동제작을 맡아 한국인, 중국인, 인도네시아인 학생들이 스태프로 참여한 촬영 현장에서는 각국의 언어와 영어까지 총 4개의 언어가 혼용됐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연출한 경험이 있어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4개국 언어가 오가는 촬영 현장은 그야말로 카오스 그 자체! 다행히도 촬영, 조명, 그립 팀의 리더들은 한국인들이었지만 각 팀에 편성된 스태프들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유학생들이었기에 연출을 맡은 내가 말 한마디라도 하면 4개의 언어로 동시통역이 이뤄지는 특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혼란 속에서 작품이 무사히 완성되기를 바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4. (크랭크인)

 

첫날 찍은 건 단 한씬 뿐... 그래도 일주일간의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2022년 1월 15일, 크랭크인 당일.

테스트 촬영도 없이 바로 본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첫 촬영으로 가장 부담 없는 씬 3개를 골랐다. 첫 번째 장소인 고등학교 정문.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부산 지역 모든 학교가 촬영을 허락하지 않아서 폐교된 학교에서 촬영을 진행하려 했는데, 그마저도 안된다고 했다.

 

패잔병처럼 쫓겨나 다음 장소인 파출소로 이동하려는데 미리 받아놓은 촬영 허가가 갑자기 취소됐다. 장소 헌팅은 물론 촬영 하루 전날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촬영이 안 된다고 일방적인 통보가 온 것이다.

결국 하나 남은 응급실 씬을 찍기 위해 동서대학교를 찾았지만 예정된 일정으로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셋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촬영 첫날인데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손발을 맞춰보지 못한 채 촬영 셋업을 마치고 나니 오후 4시 30분 반, 일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시간. 돌아가셨던 아버지가 다시 깨어나는 영화의 첫 번째 씬이라 정성 들여 한 컷 한 컷 찍고 싶었지만 해가 지는 바람에 꼭 필요한 컷만 바삐 촬영했다. 이 영화, 완성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시작이 반! 불안 속에 시작한 촬영은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일주일 만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bottom of page